직장인 A씨는 지난해 상반기 연 3.5%의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최근 주담대 고정금리가 최저 연 2.4%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행에 대환 대출(기존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새로 받은 대출을 통해 갚는 것)을 문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불가능하다”였다. 다른 은행은 한술 더 떴다. “담보인정비율(LTV)이 1년 새 낮아졌으니 차액이 현금으로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 A씨는 “대출을 갈아타고 싶어도 규제가 너무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정 금리로 대출받은 주택 구입자들이 높은 대환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금리는 계속 떨어지는데도 부동산·은행 예대율 규제 탓에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떨어지자 대환 문의 폭증

"금리 뚝뚝 떨어지는데…대출 갈아타기는 막혀"…주담대 고정금리 대출자의 '눈물'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지난해 1~8월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은 건수는 약 44만3000건(집단대출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30~40%가 고정금리였다. 10만 건 이상의 대출이 높은 금리에 묶여 있는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주담대 최저금리는 대부분 은행에서 연 3% 중반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달 주담대 최저금리(고정)는 국민은행이 연 2.38%로 가장 낮았다. 농협(연 2.49%) 씨티(연 2.55%) 우리(연 2.62%) 신한(연 2.97%) 등 주요 은행 모두 연 2%대로 떨어졌다. 전체 평균 금리도 은행별로 연 0.3~0.9%포인트 내렸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지난해 상반기 고정 금리(최저 기준)로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면 올해 대출받은 사람보다 매년 300만원 안팎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며 “창구마다 고정 대출자들의 대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환이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예대율 규제에 ‘진퇴양난’

대환이 쉽지 않은 것은 각종 규제 때문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LTV 비율이 낮아지면서 대출 상한 자체가 줄었다. 대출 총가능 금액이 줄어 대환을 하려면 차액을 현금으로 토해 내야 한다. 연 1.2~1.4%의 중도 상환 수수료도 별도 지급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대율 규제도 한 요인이다.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가 115%로 적용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하반기에 나오는 각종 정책적 혜택도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주 발표되는 신(新)코픽스(COFIX) 금리는 신규 대출에만 적용된다. 대출 금리가 변동금리 기준으로 최저 27bp(0.27%)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하반기 출시되는 ‘안심대출’도 변동금리 대출자의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는 형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