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주 일본에서 현지 경제인들을 만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일 간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직접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업체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금융권 고위 인사 등을 만나 사태 해법을 논의하고 조언을 들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 부회장은 그동안 일본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다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의 출장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대표(부회장) 등 반도체 사업 경영진과 여러 차례 대책 회의를 열고 일본 출장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당 시간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출장길에 올랐다는 점에서 ‘삼성 내부의 위기감이 상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DS부문 구매팀을 일본에 급파해 이달 4일 수출 규제 발효 전까지 최대한 소재 물량을 구하려 했지만 추가 확보한 물량이 1주일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수입 의존율이 90% 이상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이 부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파운드리 기술력의 척도로 꼽히는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의 핵심소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고객을 유지,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세계 1위 TSMC를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기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