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절·점자·슈퍼맨 캐릭터·지역구 지도 등 각양각색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맞춤형 명함' 제작이 그중 하나다.

과거 '90 x 50mm' 규격'의 종이에 한자로 이름을 쓰고 금배지 마크를 넣어 권위적이고 단조로운 인상을 주던 명함에서 탈피해 한 번에 유권자에 각인될 수 있는 톡톡 튀는 '자기 홍보' 아이디어를 담은 것이다.

3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0대 때부터 뒤편에 '메모란'이 따로 비어 있는 명함을 사용한다.

단순히 유권자들과 명함을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주민들이 준 의견을 바로 받아 적어 소통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고 지난 4월 국회로 돌아온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시인'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직접 쓴 시구(詩句)를 명함 뒤편에 적어놨다.

'국회의원'이나 '국회'라는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에게 따뜻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현재 도 의원의 명함에는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라는 시구가 적혀있다.

19대 국회 때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를 사용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명함 앞면에 점자로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새겨놨다.

금 의원 보좌진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각장애인 유권자와도 만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새기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명함의 정치학'…총선 앞두고 "튀어야 산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명함 앞면은 '국제우편' 편지 모양으로, 뒷면은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슈퍼맨' 캐릭터를 넣어 꾸몄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국제우편은 유권자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마음을 담아 보낸다는 뜻에서 사용했고, 난세를 구할 슈퍼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캐릭터를 넣었다"며 "특히 슈퍼맨 캐릭터는 돈 들여 따로 제작한 게 아니라 지지자가 직접 그려서 보내준 그림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출신인 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명함 앞면에 '송파 주치의'라는 별칭과 함께 분홍색 하트 배경에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넣었다.

특히 생일 카드처럼 명함을 접었다 펼 수 있도록 제작해 속지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 지도를 넣기도 했다.

지하철 노선도, 풍납토성 등 지역 명소와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을 표시했다.

박 의원은 "하트는 심장 전공의였다는 것을 상징하고, 간혹 비례대표 의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지역구를 담았다"며 "7년 동안 계속 명함을 진화시키고 있는데, 지도가 들어간 명함이 지역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최근 '밀레니얼 핑크'색이 들어간 명함을 새로 제작했다.

'밀레니얼 핑크'는 한국당이 '꼰대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 청년층에 다가가겠다는 일환으로 사용하는 색상이다.

'명함의 정치학'…총선 앞두고 "튀어야 산다"
평소 캘리그라피를 즐겨 한다는 김현아 의원은 자신의 이름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작은 길'이라는 슬로건을 직접 손글씨로 적은 명함을 사용한다.

당 색인 빨간색을 전혀 쓰지 않고 진한 푸른 빛으로 구성했으며, 보좌진의 명함 한쪽도 김 의원이 직접 이름을 적은 캘리그라피가 들어간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청년층, 중년층, 노년층 등 연령대별로 차별화해 프로필 사진을 각각 다르게 한 명함을 나눠준다.

특히 현역 의원 중에 가장 많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이 의원은 뒷배경을 '유튜브 마크'로 했으며, 전반적으로 붉은 톤으로 명함을 구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