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도심을 점령했다.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22주년을 맞아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중국 송환법 통과 반대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퇴를 외쳤다.


시위대는 오후 2시30분께 빅토리아파크에서 기념행사를 끝내고 행진을 시작해 홍콩시 정부와 입법회(시의회) 등이 포진한 센트럴과 애드미럴티 등 중심가 일대를 장악했다. 특히 이날 시위대는 캐리 람 장관의 사무실과 입법회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는 쇠창살 등 방어 시설물을 뜯어내고 진입하는 데 성공, 건물 내부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시위대에 점거돼 시설 일부가 파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입법회는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해당 지역을 떠나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에 처해진다.

앤드루 렁 입법회 의장은 성명에서 “시위대가 극단적 폭력을 쓰고 입법회에 몰려들어 청사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하고 나서 공공기관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대학생 루샤오옌이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투신 자살한 것과 지난달 29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주요 부두인 빅토리아 하버 사용권을 접수한 것이 반중 감정에 불을 붙였다.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시위 현장 곳곳에 등장했으며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구호도 나왔다.

대부분의 시민은 강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가운데에도 4~5시간씩 자리를 지키며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남녀노소가 참가한 시위였던 만큼 탈진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시위 장기화의 분수령으로 점쳐졌던 1일에도 많은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면서 송환법 관련 시위는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송환법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가운데 반중 시위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홍콩 주권 반환 행사를 이례적으로 실내행사로 치렀다. 홍콩 정부는 비 때문에 장소를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위대가 행사를 무산시키겠다고 예고하면서 실내행사로 대체됐다고 홍콩 언론은 지적했다. 홍콩에서 수천㎞ 떨어진 중국 베이징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홍콩=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