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환 22주년을 맞은 1일 홍콩 도심에서는 또 한번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시 정부와 입법원(시 의회)을 둘러싼 시위대는 현지시간 오후 2시부터 건물 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대학생 루샤오옌이 전날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투신 자살하면서 시위대는 한층 격앙됐다. 29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주요 부두인 빅토리아 하버 이용권을 접수하면서 반중 감정은 더 높아졌다.

다만 시위 열기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었다. 집회가 시작된 오후 3시에도 참가 인원은 1만명을 넘겨 참가인원이 200만명에 이르렀던 지난달 시위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시위 참가자도 대학생 등 젊은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중국 반환일인 1일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위 열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기대를 걸었던 선진 20개국 회의(G20)에서 기대만큼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나타났다.

대학생 클레어 림은 “송환법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더 이상 얻어낼 것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며 “22년 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순간 홍콩의 미래는 결정됐던 셈”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시위가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4년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했던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는 홍콩 도심 일부를 수십일간 점유하며 농성했다. 집회와 해산을 반복하고 있는 이번 시위가 계속 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다시 불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날 열린 홍콩 반환 기념식을 실내에서 개최했다.

홍콩=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