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오사카 정상회의는 21세기 신(新)국제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치열한 외교무대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정점을 이루겠지만, 하루 전까지도 상황 전개는 예측불허다.

무역분쟁에서 기술갈등으로, 군사적 긴장 격화로 전선을 넓혀 온 미·중의 패권 대립은 건곤일척의 싸움이다. 오늘 회담 결과가 어떻든 이 대치가 일거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만큼 대한민국 외교도 힘겨운 상황이다. 주말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4대그룹 회장 등 한국 산업계 최고 리더들과 만나자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격화돼 온 미·중 경제전쟁을 돌아볼 때 ‘입장을 확실히 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개연성이 높다. 중국 쪽 압력도 덜하지 않다. 화웨이가 한경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세계 주요매체 14곳을 선전 본사에 초청해 “한국 기업은 미국의 반대에도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계속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순한 요청 차원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국 기업이 힘겨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우리 기업 입장을 경청하면서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중국이 1위 교역국인 게 현실이지만, 미국은 한·미 혈맹을 토대로 한 가치동맹국이자 우리 외교의 오랜 핵심축이다.

그런 점에서 그제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 대립과 관련해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아쉬움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국이 점점 어려움 속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제3자 논평’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 요청이 없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아쉬움이다. 많은 국민은 정부에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진짜 선택해야 하는 때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오가는 거친 언사들을 보면 그런 상황은 이미 왔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