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출판시장 '큰 손' 부상한 40대…그들의 베스트셀러는 만화·동화책
최근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 상반기 결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40대의 책 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올 상반기 교보문고에서 책을 산 고객 중 32.9%가 40대였다. 40대 남성이 11.4%, 여성은 21.5%로, 전 연령대 중 남녀 모두 40대의 비중이 가장 컸다. 2010년만 해도 40대 독자 비중은 22.7%였다. 이후 매년 늘어 2017년 처음 30%대를 넘었고 그 이후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출판계의 주요 소비층은 20~30대였다. 이들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100만 부 넘게 구입하며 밀리언셀러에 올려놓았고,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같은 캐릭터 에세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실 4~5년 전부터 출판시장의 ‘큰손’으로 40대는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교보문고에서 가장 책을 많이 산 연령층은 줄곧 20대 중반이었지만 2016년에 처음으로 46세(1970년생)로 연령대가 쑥 올라갔다. 2017년엔 44세(1973년생), 지난해에는 40세(1978년생), 올 상반기에는 41세(1978년생)의 책 구매가 가장 많았다.

한국의 40대가 갑자기 책을 많이 구입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어떤 책을 샀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올 상반기 40대가 가장 많이 산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였다. 상반기 전체 베스트셀러에서도 4위를 차지한 책이다. 그런데 2위는 《공부머리 독서법》, 3위는 동화 작가 앤디 크리피스의 《104층 나무집》이었다. 5위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9》, 6위는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7》, 9위엔 《Who? K-pop BTS》가 올라 있다. 40대의 베스트셀러는 그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엄마, 아빠가 ‘사는 책’이었다.

40대 독자의 부상은 어린이책의 부활, 학습서 호황으로 연결됐다. 올 상반기 판매권수 기준 아동만화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4%, 아동동화는 16.6%를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엔 중고학습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분야가 소설이었지만 올해는 ‘아동’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초등학습서는 33.4%, 중고등학습서도 18.6% 판매가 늘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독서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어린이책 동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학습서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며 “경제가 어려워져도 교육비엔 더 큰돈을 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독자층이 얇아지면서 상대적으로 40대의 책 구매가 두드러져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59.9%(2017년 기준)다.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의미다. 40대의 책 구매가 늘었다는 소식에 찾아온 반가움은 씁쓸함으로 남았다. 이번 주말엔 아이가 아니라 나를 위한 책 한 권을 골라 보는 건 어떨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