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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日 제국대학 나온 '엘리트 조선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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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대학의 조센징
    [책마을] 日 제국대학 나온 '엘리트 조선인'들의 삶
    근대 일본 사회에서 엘리트를 양성한 곳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제국대학’이었다. 제국대학은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총 7개 지역에 있었다. 당시 ‘학사’라는 타이틀은 제국대학 졸업생에게만 부여했다. 제국대학 출신은 최고 엘리트로 대접받으며 사회 상층부에 올랐다. 일본인만 다녔던 건 아니다. 조선인들도 많았다. 이들 역시 이곳에서 배운 첨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방 이후 대한민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은 일본 제국대학을 나온 조선인 1000여 명의 행적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정종현 인하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다. 그는 교토에서 처음으로 조선인 유학생 명부를 본 이후 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7개 제국대학의 조선인 명부와 그들의 활동을 정리했다.

    대다수의 제국대학 조선인 졸업생은 식민지 총독부 관료 자리에 올랐고 ‘나리’라고 불렸다. 하지만 일본 본토의 주요 공직자가 되기는 어려웠다. 이로 인해 제국 최고의 엘리트이자 식민지인으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해방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행정, 사법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사불란한 관료제를 경험한 이들에겐 일본 제국주의가 새롭게 건설하는 한국의 롤모델로 여겨졌다. 저자는 “제국대학 중 식민지 조선에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은 해방 이후 대부분 국립 서울대로 승계됐다”며 “제국대학은 일본만이 아니라 남북한에서도 국가 엘리트 육성장치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제국의 지식으로 제국에 저항한 조선인들도 있었다. 영화 ‘동주’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송몽규가 대표적이다. 윤동주의 사촌인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제국대학 문학부에서 서양사를 전공했다. 조선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가 해방 직전인 1945년 3월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저자는 “제국대학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는 것은 근대 한국 사회 형성에 작동한 가장 중요한 퍼즐을 없애는 것”이라며 “일본 식민주의의 진정한 청산을 위해서라도 제국대학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의 실상을 ‘역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휴머니스트, 392쪽, 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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