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퇴직연금과 함께 노후보장의 한 축으로 꼽히는 연금보험 가입이 급감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014년 7조359억원에서 지난해 2조2천133억원으로 68.5% 감소했다.

이 가운데 투자 성격이 강한 변액연금을 제외한 일반연금은 2014년 6조6천323억원에서 지난해 1조6천436억원으로 75.2% 줄었다.

4년 만에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연금보험은 노후대비 목적으로 도입됐다.

공적연금만으로는 부족해 사적연금으로 보강하는 취지였고, 이 때문에 정책적으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도입 초기인 1991년에는 보유기간이 3년만 넘으면 연금으로 받을 때 생기는 이자수익에 비과세가 적용됐지만, 이 조건은 2004년에 10년 이상 보유로 까다로워졌다.

특히 2017년에는 10년 이상 보유해도 일시납 1억원 또는 월보험료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게 되면서 가입 유인이 확 줄었다.

연금보험의 하나인 연금저축도 마찬가지다.

세제 적격인 이 상품은 2014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돼 연말정산 때 환급액이 줄었다.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던 게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최대 100만원이던 환급액이 약 50만원(13.2% 세율 적용)으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비과세 축소로 정부 입장에선 세수 증가 효과를 보겠지만, 국민의 노후대비가 충실해지지 못할 우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금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비과세 혜택까지 주는 게 온당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가 비과세 혜택 요건에 보유기간 뿐 아니라 가입금액의 제한을 둔 것도 이런 취지로 볼 수 있다.

연금보험 판매가 줄어든 데는 세금 외에도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 국제회계기준(IFRS)과 자본규제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5년 3월부터 연 2%를 밑돌고 있다.

4년 넘게 사상 유례가 없는 초저금리 상태다.

이는 공시이율 하락으로 이어져 연금보험 수령액이 줄어든다.

IFRS17과 이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연금보험은 부채 인식 범위가 확대된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선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보험사 입장에선 팔면 이익이 남는 만큼, IFRS17과 K-ICS 때문에 연금보험을 팔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보험 세제 혜택 축소 탓에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대비가 더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노후대비를 위해 연금의 이자수익에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주요 선진국들의 추세와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은 "세제 혜택을 주면 당장 세수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함으로써 미래의 재정 부담을 줄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