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일종의 ‘과로사회’에 살고 있다.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을 꿈꾸면서도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밤낮없이 일한다. 힘들고 버겁지만,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과로사회는 고속도로도 병들게 한다. 피로와 수면부족으로 인한 졸음운전 사고는 인명과 시설 피해를 가져온다. 특히 야간운전과 장거리 운행이 많은 화물차 운전자들은 졸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화물차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사고로 52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75.4%가 졸음 사고였다. 사망자도 졸음에 취약한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에 집중됐다.

졸음을 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휴식이다. 그렇다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휴식 정도는 어떨까. 고속도로 운행정보를 분석한 결과 2시간 이상 운행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60%가 휴식 없이 운전했다. 4~6시간은 55%, 6시간 이상은 36%가 쉬지 않고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사고는 짧은 휴식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그렇다고 화물차 사고를 운전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본 원인을 따지자면 압축 성장 과정에서 안전을 덜 중시한 우리 사회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화물차의 과로운전은 저임금 근로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단계 하청으로 적정한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운송 원가 상승 등으로 수입이 줄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무리한 운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도로에 화물차 휴식공간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이를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일반휴게소에 샤워실과 수면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화물차 라운지를 설치하고 야간시간대에 승용차 주차장을 화물차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다행히 화물차주의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현실에 맞게 잘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화물차 운전자의 4시간 운행 후 30분 이상 휴식 제도가 정착되도록 화물차 운송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엄격한 법 집행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쉼표가 필요하듯, 도로에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고속도로에서의 휴식은 나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기에 쉬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10분의 휴식이 생명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