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개발·구매하는데 최대 15년 걸려
보안 이유로 'AI 데이터' 수집도 못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개발시스템 시급"
드론봇만 해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드론봇의 개념과 전술·전략상 역할을 규정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군이 지난해 초 합동참모본부에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반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군 관계자는 “보안, 주파수, 배터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상작전사령부가 작년에 창설한 드론부대가 운용하는 드론은 민간에서 쓰는 연습용이다. 지휘통제실에서 수십 개의 화면을 보며 버튼 몇 개로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초 드론봇 전력화를 위한 7개 사업이 제안됐지만 여전히 ‘연구 중’이다.
AI 분야는 드론봇보다 더 뒤처져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AI의 핵심은 데이터 수집인데 군에선 보안 등의 이유로 이뤄지는 게 없다”며 “실리콘밸리에라도 가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KAIST가 학교 돈으로 AI센터를 설립, 육군 장교들을 교육하고 있는 게 우리 군의 현주소다.
드론봇의 사례는 한국 국방과학기술이 왜 만년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려면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걸리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컨대 레이저를 전력무기로 개발한다고 하면 KIDA 등 10개 관련 기관이 해당 무기가 왜 필요한지를 검토한다. 선행연구로 불리는 이 기간만 1년이다.
이 단계를 통과해도 바로 개발할 수 없다. 현재 획득체계상 아무리 신무기라도 ‘장기 구매목록’에 포함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대장급 전직 장성은 “소요 제기부터 군에 해당 무기가 도입될 때까지 거쳐야 할 절차가 74단계”라며 “부정을 막자고 복잡하게 규제 사슬을 만들다 보니 기술 변화의 속도를 못 따라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론봇에 적용될 보안만 해도 ‘구닥다리 규제’에 막혀 있다. 비문(秘文)을 다루는 모든 기기에는 암호 모듈을 다는 게 원칙이라는 규정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배터리도 무거운 판에 암호 장비까지 달라는 건 초소형 드론봇 경쟁은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무기 획득체계를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공정성을 중시하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기술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도록 유연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