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 박형준(1966~)
타인들 속에서 항상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타인들 속에 석탄처럼 묻혀 있습니다
천 년 뒤에나 윤기 날 듯 오늘도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먼지 띠로 반짝입니다
저녁이 온통 푸를 때마다
얼음장 밑 식물처럼,
사방에서 반짝이는 먼지 띠들은 나를 미치게 합니다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 中

어느 먼 옛날에 내게 빛이었고, 그리움이었던 당신. 지금 여기에는 없는 당신. 그래서 미칠 만큼 당신이 보고 싶어 몸달아 하는 한 사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당신. 이제는 타인들 속에서 느낌으로만, 먼지 띠로만 반짝이고 있는, 어쩌면 미래의 당신. 어쩌면 천 년 뒤에 혹은 영원히 기억될 당신이어서, 오늘도 이토록 그리운 것이겠지요.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