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서 김여정-정의용 대면…김여정 "李여사뜻 받들어 남북협력 계속"
김여정 "김정은, 李여사에 각별"…남북관계 소강에 조문단 방남은 무산
北김정은, 김여정 통해 李여사에 조의…"북남관계 번영의 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친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통해 남측에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조의문·조화를 수령하기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나가면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인사의 대면이 이뤄졌다.

정 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장례위원회를 대표하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후 5시께부터 15분가량 통일각에서 김 제1부부장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고 대화를 나눴다.

남측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북측에서 리현 노동당 통일전선부 실장도 함께 자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유족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이 여사가)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이라는 표현을 쓴 점이 주목된다.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취재진에 "(이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서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도 "이희호 여사님의 그간의 민족 간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정의용 실장은 취재진에 밝혔다.

정 실장도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 여사님을 (남북이) 함께 추모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의 앞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북 인사들이 관계발전과 협력에 대한 원칙적인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남북 정상끼리 친서를 교환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현재의 남북·북미관계 상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정부 쪽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있느냐', '문 대통령이 정 실장 등에게 당부한 사항이 있었느냐' 등의 질문에 대해 "오늘 발표한 내용 외에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오늘은 고인에 대한 남북의 추모와 애도의 말씀에 집중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초 예상됐던 조문단을 남측에 보내지는 않았지만,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을 전달자로 택해 남북관계 개선에 힘쓴 고인에 예의를 갖췄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이 여사에 각별한 감정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이 여사 장례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측에 부음을 전달했으며, 북측은 이날 김 제1부부장의 조의문 및 조화 전달 의사를 알려왔다.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방남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남측 당국이나 민간과의 접촉이 이뤄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실장과 서 차관, 박 의원 등은 이날 남측으로 귀환한 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여사 빈소로 이동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 펜으로 서명했고 조화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이 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