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는 보류하겠다.”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을 인정하고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샤오양 화웨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CES아시아 2019’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애플을 꺾고 처음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올 4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유럽, 남미 등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시장점유율도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지난해 14.4%였던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올해 12.1%, 내년 9.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샤오양 CSO는 사물인터넷(IoT)을 돌파구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TV와 컴퓨터, 스마트 안경, 이어폰 등 8개 주요 전자기기를 화웨이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독자적인 운영체계(OS)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스마트폰 연동 전자기기를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다섯 번째로 열리는 CES아시아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의 아시아 버전이다. 올해는 55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참가 기업 상당수가 자동차업체로 전자쇼보다는 ‘모터쇼’에 가까웠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참여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전시 부스를 열지 않았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중국 인공지능(AI)업체 몹보이와 협업해 미래 자동차에 적용할 최신 AI 기술을 전시했다.

세 개의 개막연설 가운데 두 개를 자동차업체가 맡았다. 현대차와 아우디였다. 윤경림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 부사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이 가능해져 다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혁신이 중요해졌다”며 “현대차도 로봇 운전 택시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1% 안팎에 그치는 등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게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2810만 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1000명당 자동차 보유자는 141명에 그쳐 성장 잠재력이 크다.

상하이=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