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에 이어 과도한 재생에너지 목표 설정에 따른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2017년 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원전을 줄이는 대신 7~8% 수준이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한 목표 설정 자체가 무리였다는 얘기다.

애초 현실성이 떨어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밀어붙인 결과는 잇따른 사업 좌초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던 서울대공원 주차장 태양광발전소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주민들이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이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 안전도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의 수용성이나 면밀한 영향평가 없이 추진되면서 벽에 부딪힌 것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수상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태양광발전 행정소송도 2014년 7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급증했다. 풍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장흥풍력발전소만 해도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보급이 산업정책의 뒷받침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외산(外産)의 잔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탈원전 부작용도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이 60년 후에나 시작된다고 말하지만 원전 생태계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원전 관련 대기업, 부품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전문인력들이 속속 떠나는 마당이다. 원자력공학과는 전공자 부족으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국 원전의 수출 동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위축된 원전산업을 되살리고 원전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인재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민들은 에너지 전환으로 전기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데 정부만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한다. 원전 가동률 하락, 재생에너지 할당 등으로 발전공기업들은 이미 적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탈원전이고 재생에너지냐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에너지 정책은 이념과 이상이 아니라 그 나라가 처한 환경과 현실에서 출발하는 게 기본이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측면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는 국가에너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