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세종보(洑) 해체에 대해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지역 의견을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4개 정부 부처 장관들과의 오찬에서다. 민주당 측은 “이 대표가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이 아니라 세종시 의견을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으로 볼 때 정부에 사실상 ‘해체 유보’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보가 있는 세종시는 이 대표의 지역구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금강의 세종보·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방침을 밝혔다. 지역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공주시의회는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까지 지난달 “세종보 해체 여부는 2, 3년 중장기 모니터링을 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기존 입장은 물론 정부 여당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정치권에서는 보 해체를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 발언의 파장을 차단하는 데만 신경쓸 뿐 구체적인 당론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보 해체를 놓고 지역 민심은 둘로 갈라졌다. 4대강 보 설치로 홍수와 가뭄 피해가 줄어드는 등 기여도가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효과를 무시한 채 아직 입증되지 않은 수질과 생태계 회복 측면만 강조해 보 해체를 밀어붙여선 안 될 일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주민의견을 충분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 여당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오락가락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대로 된 당론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