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배송업체 페덱스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과의 관계 정리에 나섰다. 아마존이 ‘1일 배송’을 위해 자체 물류망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배송업계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덱스는 아마존의 라이벌인 월마트와의 제휴를 강화하면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페덱스, 아마존과 관계 정리…월마트와는 제휴 늘린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페덱스는 오는 30일로 끝나는 아마존과의 미국 내 항공배송(특급배송)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페덱스는 아마존이 자체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 대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아마존 상품의 국제 선박, 육상배송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페덱스 매출(2018년)에서 1.3%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페덱스가 아마존과의 일부 계약을 중단한 것은 배송회사들이 아마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WSJ는 “페덱스와 UPS는 배송업종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했지만, 페덱스의 이번 움직임은 아마존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014년부터 배송시스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온 아마존은 지난해 재무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운송·물류 서비스’ 사업 진출을 명시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화물기 42대를 보유하고 있고, 연말까지 50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축구장 20개 크기의 물류센터 75개를 기반으로 ‘시핑 위드 아마존’이라는 이름의 자체 배송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회사 물품 배송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덱스는 아마존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대신 월마트 등 다른 유통사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월마트 매장 500곳 내부에 고객이 상품을 보내거나 반품할 수 있는 ‘페덱스 오피스’ 매장을 설치 중이다. 페덱스는 “전자상거래 공간에서 월마트, 타깃, 월그린 등 수천 개의 유통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용량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페덱스 등이 배송시스템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배송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글로벌 배송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해 2030년이면 3600억달러(약 426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