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억원이 넘는 세금을 1년 넘게 세 번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체납하면 30일 동안 유치장에 갇힐 수 있게 된다. 재산 은닉 혐의가 확인된 체납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친인척의 재산도 조회될 수 있다.
"고액·상습 체납자 꼼짝마"…최대 30일 유치장에 가둔다
악의적 체납자 유치장 신세 질 수도

정부는 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고액의 국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상습 체납자를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대상자는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했고, 체납일로부터 1년이 지났으며, 체납된 국세 합계가 1억원 이상(과태료는 체납액 1000만원 이상)이면서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한 경우다. 국세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감치 필요성도 인정돼야 감치를 할 수 있다. 신체의 자유가 제약된다는 지적을 감안해 감치 전 소명 기회를 주고, 같은 체납 건으로 두 번 이상 감치되지 않도록 하는 인권보호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세징수법과 지방세 징수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여권이 없는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미발급자에 대해서도 출국금지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즉시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여권을 발급받지 않은 체납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없다. 이 같은 규정을 악용해 여권을 발급받고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재산 은닉하면 친인척까지 재산조회

정부는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재산조회를 해 은닉 재산을 찾아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체납자 본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만 허용하고 있어 친인척이 재산을 갖고 있는 경우 은닉한 재산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국세청은 위장전입으로 잠적한 체납자를 추적하기 위해 ‘실거주지 분석 모형’을 활용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의 경우 대다수가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아 본인이나 친인척 등의 신용카드 정보 등 관련 금융정보를 토대로 분석해 실거주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거주지 등이 밝혀진 체납자에 대해서는 중점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수색에 나선다. 관세청은 관세 체납자나 명단이 공개된 국세 체납자에 대해서는 여행자 휴대품, 해외 직구물품 등을 집중 검사한다.

정부는 은닉 재산이 발견된 체납자의 경우 복지급여 수급의 적정성을 검증해 부정 수급이 확인되면 환수하고 벌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의 체납액은 102조6022억원에 달하는 반면 징수실적은 전체의 1.1%에 불과한 1조1555억원에 그쳤다. 연간 체납액도 2016년 18조8000억원에서 2018년 20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체납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