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생산 기지를 새로 구축하거나 기존 설비를 확장하는 한국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와 함께 세계 최대 소비 시장, 견실한 성장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무역전쟁 리스크 커지자…미국으로 몰려가는 한국기업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생산 공장을 새로 가동한 한국 기업은 LG전자 롯데케미칼 한화큐셀 CJ제일제당 등 네 곳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다. 같은 달 9일에는 롯데케미칼이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과 CJ제일제당의 뉴저지 식품공장도 올해 초 완공됐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투자가 시작된 공장들이다.

새로 시작되는 프로젝트도 잇따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2025년까지 16억7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내년까지 15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농심은 미 동부 지역에 라면 신공장을 연내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3월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16억78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미국 기업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어 사업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입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보호무역주의도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한국과 대조적이다. 미국 주정부들도 기업 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해 대규모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의 발달로 인건비 부담이 낮아진 점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