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을 떠나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 원가와 인건비는 오른 반면 시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관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생산거점으로서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전쟁 리스크 커지자…줄줄이 中 떠나는 글로벌기업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아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미국 기업들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스티브매든은 지난해 핸드백 공장을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 핸드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핸드백의 93%를 중국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와 케이트스페이드 등 고급 핸드백을 생산하는 태피스트리도 베트남과 인도 생산 물량을 늘리고 중국 비중을 낮추고 있다. 태피스트리는 중국 내 핸드백 생산은 글로벌 전체 생산량의 5%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미국 패션산업협회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이 2년 내 중국 생산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아시아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엡손은 중국 선전에 있는 손목시계 공장을 2021년 3월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인건비 상승, 판매 부진, 환경 규제 강화로 이미 17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은 중국 쑤저우 공장 인력 6만 명을 감원하고 로봇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업체까지 자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패션기업 보스덩은 중국 내 판매 물량을 제외하고 베트남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중국 가전기업 메이디는 인도에서 판매하는 가전제품은 모두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두 번째 인도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샤오미는 2015년부터 ‘인도 제조 전략’을 수립했다. 이미 인도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의 95%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탈중국’을 꾀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이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부터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생산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도 무시 못할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인건비는 인근 캄보디아의 네 배 수준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