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출 반토막 났는데 '美 관세폭탄'까지…삼성·LG도 두 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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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간판기업 '차이나 엑소더스'
LG전자, 中생산 프리미엄 냉장고 전량 국내 이전
'발빠른 삼성' 작년 中 휴대폰·통신장비 공장 철수
LG전자, 中생산 프리미엄 냉장고 전량 국내 이전
'발빠른 삼성' 작년 中 휴대폰·통신장비 공장 철수
한국의 간판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이 떨어진 생산라인을 중국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외국계 기업 차별 규제 등으로 현지에서 사업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이 같은 ‘차이나 엑소더스(탈중국)’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기업들은 중국뿐 아니라 멕시코 유럽 베트남 등지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생산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 부담에 삼성·LG 中 공장 이전
4일 경영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 들어 글로벌 냉장고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LG전자는 중국 타이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물량을 전량 국내 창원 공장으로 이전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약 50만 대)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다. 일감이 넘치게 된 창원 공장은 해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냉장고 물량 일부를 타이저우 공장으로 돌렸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10만 대가량을 지난달 태국 공장으로 이전했다.
이런 생산지 변경은 미국 정부가 지난 1일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중국산 수입 냉장고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냉장고에 물리는 관세가 10%에서 25%로 15%포인트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냉장고업체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냉장고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자동차 가전 유통 화장품 등 전 업종에 걸쳐 국내 제조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톈진 휴대폰 공장과 선전 통신장비 생산설비를 철수했다. LG전자는 옌타이와 칭다오에 있는 휴대폰 생산공장을 한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달부터 베이징 1공장과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2017년부터 현지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던 화장품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30여 개에 달하는 중국 현지 더페이스샵 매장을 전격 폐점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바꿨다. “‘탈중국’ 첨단 공장 국내로 유치해야”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직간접 보조금 및 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자국 첨단 기업을 육성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고 중국 시장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 내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것도 기업들엔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9.7%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0.8%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빅4’의 점유율은 23.1%에서 85.1%로 세 배 이상으로 커졌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산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LG전자도 중국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LG전자의 중국 매출은 2009년 4조7594억원에서 지난해 2조3678억원으로 9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 LG전자가 중국 현지 휴대폰과 가전 공장 생산량의 추가 조정을 고민하는 이유다.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중국을 빠져나오는 제조업체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크게 낮아지자 주요 선진국이 다시 제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유럽 일본 등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을 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중국 현지 공장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에서는 “한국 정부도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들의 공장을 유턴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산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을 목격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첨단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에서 하려는 추세다.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선 첨단 반도체 라인을 국내에 짓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4일 경영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 들어 글로벌 냉장고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LG전자는 중국 타이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물량을 전량 국내 창원 공장으로 이전했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약 50만 대)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다. 일감이 넘치게 된 창원 공장은 해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냉장고 물량 일부를 타이저우 공장으로 돌렸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10만 대가량을 지난달 태국 공장으로 이전했다.
이런 생산지 변경은 미국 정부가 지난 1일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중국산 수입 냉장고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냉장고에 물리는 관세가 10%에서 25%로 15%포인트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냉장고업체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냉장고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자동차 가전 유통 화장품 등 전 업종에 걸쳐 국내 제조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톈진 휴대폰 공장과 선전 통신장비 생산설비를 철수했다. LG전자는 옌타이와 칭다오에 있는 휴대폰 생산공장을 한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지난달부터 베이징 1공장과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2017년부터 현지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던 화장품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30여 개에 달하는 중국 현지 더페이스샵 매장을 전격 폐점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바꿨다. “‘탈중국’ 첨단 공장 국내로 유치해야”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직간접 보조금 및 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자국 첨단 기업을 육성한 결과 한국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고 중국 시장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 내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것도 기업들엔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9.7%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0.8%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빅4’의 점유율은 23.1%에서 85.1%로 세 배 이상으로 커졌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산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LG전자도 중국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LG전자의 중국 매출은 2009년 4조7594억원에서 지난해 2조3678억원으로 9년 동안 반 토막이 났다. LG전자가 중국 현지 휴대폰과 가전 공장 생산량의 추가 조정을 고민하는 이유다.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중국을 빠져나오는 제조업체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크게 낮아지자 주요 선진국이 다시 제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유럽 일본 등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을 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중국 현지 공장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에서는 “한국 정부도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들의 공장을 유턴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산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을 목격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첨단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에서 하려는 추세다.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선 첨단 반도체 라인을 국내에 짓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