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황 대표 '심사일언' 무색해진 한국당
“이제 탄핵 논쟁은 잊어버려야 합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행한 유튜브 공동방송 ‘홍카레오’에서 한 얘기다.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느냐”는 유 이사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보수우파 진영은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여론 눈치를 보다가 지리멸렬했다”며 “이제는 탄핵을 벗어나서 대한민국을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은 정치권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한국당은 2월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계파 갈등’이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게 한국당의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한국당의 내홍을 다시 지적하고 나온 것은 최근 들어 당내 리더십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막말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황 대표가 한국당 의원들에게 “언행에 특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한 지난달 31일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뛰어난 면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황 대표가 당일 즉시 사과했지만 정 의장은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 대표가 “심사일언(深思一言·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뜻)해달라”고 당부한 지난 3일에는 한선교 사무총장이 국회 회의실 앞 바닥에 앉아서 브리핑을 듣던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하고 있네”라고 발언해 십자포화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이게 뭐냐, 바보 같다”며 “어설프게 떠드느니 침묵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인 3월 인터뷰에서 “우리가 통합해서, 분열하지만 않으면 지금 (국회의원) 선거를 해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면 한국당도 분열될지 모를 일이다.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황 대표가 ‘막말 파동’에서부터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내년 총선은 1년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