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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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일본에서 기술을 제공받고 기술자를 영입했던 삼성은 일본에는 처마를 빌려줬다가 안방마저 내준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에 호의적 신호를 보내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을 라이벌로 경계하기보다는 협업 파트너로 삼아 삼성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대가를 얻는 게 현명한 길일 것이다.”

일본의 대표 비즈니스 잡지인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일본에서 행보를 확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상세히 분석해 주목된다. 지난 30일 닛케이비즈니스는 ‘후계자의 일본 방문을 통해 본 삼성의 혼네(본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도 이 부회장이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이 잦아진 점에 주목했다. 3월에는 삼성전자가 도쿄 하라주쿠에 개설한 스마트폰 쇼룸을 방문했고, 5월 중순에는 일본 대형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KDDI를 찾았다는 것이다. 재판 일정 등으로 해외 출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일본행만큼은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잡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에 한 번꼴로 일본을 찾을 예정”이라는 삼성 관계자의 발언도 전했다.

"삼성은 라이벌 아닌 파트너"…日 시선 바뀌나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활동폭이 넓어지고 있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KDDI와 NTT도코모를 방문한 것은 기지국에서 사용하는 통신장비 시장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오랫동안 일본 기업에 OLED 패널, 반도체 같은 중간재·부품 등을 공급했지만 이제는 완제품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여전히 10%에도 못 미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화웨이 제품의 퇴출이 가속화하는 만큼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지만 일본 기업과의 ‘마찰’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닛케이비즈니스는 내다봤다. 잡지는 “와세다대 출신인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도 게이오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지일파’”라며 “일본과의 관계를 조심스러운 형태로 밀접하게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삼성이 지진 피해 기업에 무리한 납기 요구를 하지 않고, 공장시설 피해를 입은 소니에는 부품을 융통하기도 했던 전례도 거론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