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대기업도 기업승계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 가업승계 특례에서 고용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없앴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앞줄 오른쪽)과 정구용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왼쪽)이 상속세제 개선방안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앞줄 오른쪽)과 정구용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왼쪽)이 상속세제 개선방안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상속제도 개선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독일 제도를 많이 참조했지만 독일에는 없는 제한 규정을 너무 많이 붙여 실효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독일에선 기업승계제도를 2014~2017년 4년 평균 2만2842건 활용했지만 한국에선 같은 기간 197건에 불과했다. 공제된 상속세 규모도 독일은 연평균 575억유로(약 76조5000억원)에 달했으나 한국은 3790억원에 그쳤다. 제도 활용 건수와 공제 규모 모두 한국은 독일의 1%에 못 미쳤다.

이 교수는 “연매출 3000억원 미만일 것, 10년 동안 고용 규모를 유지할 것,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것 등의 제한을 없애고 500억원으로 한정한 공제액도 대폭 늘려야 가업 승계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이 향후 10년간 가업 승계 시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고 고용 유지 조건까지 없앤 조치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일본 55%, 한국 50%, 독일 50%, 미국 40%인데 상속세 전체 평균 실효세율은 한국이 28.1%로 일본(13.0%), 독일(21.6%), 미국(23.9%)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실효세율은 전체 과세 대상 금액 가운데 공제 등을 반영해 실제 납부한 세금의 비율을 말한다.

정구용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은 “기업을 2세에게 물려주면 나쁘고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면 정의라는 식의 선입견 때문에 기업 경영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차라리 기업을 파는 게 낫다는 기업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인이 어떻게 회사를 팔지 고민하게 하는 상황에서 경제가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에 상속 문제는 단순히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북돋으려면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같은 상속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