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되자 임시 주총장 불법 점거
사측 "명백한 불법…책임 묻겠다"
"회사 물적분할 반대" 부분 파업
회사 직원 100여명과 충돌 사태
이날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1000여 명은 오후 3시30분께 임시 주총장으로 예정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주총장을 안에서부터 막고 오는 31일 예정된 주총까지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시 주총장으로 무전기와 함께 다량의 배터리가 들어갔다”며 “임시 주총이 열리는 31일까지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주총장 봉쇄에 앞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조합원 500여 명과 회사 측 직원 100명가량이 부딪히면서 충돌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관 유리문이 깨지고 조합원들이 돌과 달걀 등을 던져 직원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부상자 중 두 명이 깨진 유리에 눈을 다쳤고, 이 중 한 명은 실명 위기”라고 말했다. 실명 위기에 놓인 직원은 회사 산업보안팀 소속으로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마친 뒤 경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역시 조합원 여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울산지법 제22민사부는 이날 현대중공업이 전국금속노조·현대중공업 노조·대우조선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했다. 이들이 회사 물적분할(법인분할)에 반대해 주총장을 봉쇄하거나 단상을 점거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이를 어길 시 회당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날 노조는 무력을 동원해 주총장을 점거한 것이다.
이날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주총이 끝나는 31일까지 법인분할 중단, 본사이전 반대를 위한 긴급행동을 시작한다”며 “주총이 열리는 한마음회관에서 노동자, 주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노조의 불법 행위를 부추겼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 등이 포함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 22일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경찰관들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36명의 경찰관이 이가 부러지거나 손목이 골절되는 등 부상을 당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다수가 부상을 입은 이번 조선업종 노조의 불법 시위와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며 “폭력 행위에 가담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추적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자신들이 근무할 신설법인이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되며 기존 노사 간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사업법인에 넘어가는 부채 중 3조1000억원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선박을 건조하면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며 “기존 단체협약도 그대로 승계하고 근로조건이나 자녀 학자금 지원 등 복지 조건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임시 주총을 예정대로 열고 회사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의 주총장 점거에 대해서는 경찰에 퇴거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김보형/안상미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