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미 법원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퀄컴은 반도체칩 판매보다 특허 사용료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 왔지만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21일(현지시간) “퀄컴이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챙겼다”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 관행은 수년간 경쟁사들을 고사시켰고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퀄컴이 5세대(5G) 스마트폰의 모뎀칩 개발에서 앞선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행이 이어졌다”고 했다.

법원은 퀄컴에 “고객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재협상하고, 경쟁사들에도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에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특정 업체와 독점 공급 계약도 맺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향후 7년간 법원에 모니터링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퀄컴은 애플과 로열티 지급 방식을 놓고 2년간 분쟁을 벌였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며 배상을 요구했고, 퀄컴은 로열티 지급을 보류한 애플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지난달 애플이 퀄컴에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퀄컴은 애플에 모뎀칩을 다시 공급하기로 했다.

퀄컴은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뎀칩 가격 외에 칩 도매 공급가의 약 5%를 특허료로 요구해 왔다. 이번 판결로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특허 사용료로 나가던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