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의무가입 7월 시행예고
대학 "유학생 더 늘리라면서…"

현재 14만여 명인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시중 민간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유학생 맞춤형 민간보험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연평균 10만~12만원만 내면 건보와 비슷한 수준의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정부가 국내의 값싼 의료보험 혜택만 받고 출국해 버리는 일부 외국인의 먹튀 진료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외국인 유학생까지 의무적으로 건보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이들은 연간 67만836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기존 민간보험보다 6배나 늘어난 셈이다.
내국인은 소득에 따라 건보료가 차등적으로 부과되지만 외국인은 소득 추계가 어려워 건보 지역 가입자 평균 보험료만큼 내도록 해왔다. 이 중 유학생은 평균의 절반을 부과한다. 대부분 소득이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가입자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소득이 없으면 최소 요율을 적용해 월 1만원대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국제처 관계자 A씨는 “연간 60만원 정도의 추가적 비용 부담은 외국인 유학생에게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발도상국의 정부 지원을 받고 유학 오는 학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는 5월에야 대학에 관련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왔다”며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면 타국 정부에서 국비지원 금액에 인상된 보험료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상된 보험료만큼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도 “정책적 목적에 따라 보험 보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강제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정책이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학생에 대한 건보료 인상이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에 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유학생 사이에선 한국 정부가 국내 요인으로 발생한 건보 적자 문제를 외국인 유학생으로부터 채우려 한다는 인식이 파다하다”며 “당장 세금을 조금 보전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가에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