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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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협상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큰 손'인 외국인은 연초 이후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는 등 국내 증시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제한될 것이란 기대와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 반등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국내 증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9일 3.04% 급락한 이후 10일에는 0.29% 반등했다. 주말을 건너뛴 첫 거래일인 13일엔 다시 1.38% 하락했지만, 14일 0.14% 올랐다.

지수가 크게 하락하고 찔끔 오르면서 미중 무역협상 소식에 휘둘리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무역협상 결렬, 즉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확률은 30% 정도"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 방향성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시장 진입 시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2349억원 가량을 순매수 중이다. 월별로 보면 1월 4조1156억원, 2월 6980억원, 3월 2981억원, 4월 2조5836억원 사들였다. 미중 무역협상이 격화된 이달 들어 현재까지 5013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순매수 규모를 봤을 때 지수의 방향성을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남아 있는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인책이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는 국내 경기와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유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무조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며 "외국인 자금이 빠지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현 수준은 외국인투자자 시각에서 투자하기 적절한 환율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여기에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반등 전망도 외국인들을 잡은 이유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증가는 환율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코스피200지수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깜짝 실적 비율은 50%로 통계적 저점인 30%를 웃돌고 있다"며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국내 상장사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꿔 말하면 실적 반등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며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 수출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결과를 낳는다"며 "외국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