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예고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증시도 개장하자마자 2% 안팎 급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노동절 연휴에 따른 사흘간의 휴장을 끝내고 6일 개장한 중국 상하이증시는 5% 넘게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 가까이 빠지며 장을 시작해 줄곧 낙폭이 커졌다. 오후 한때 6.56%까지 떨어졌다가 5.58% 하락한 2906.46에 마감했다. 상하이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3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선전성분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7.56% 하락했고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예반지수도 7.94% 급락했다.

中증시 폭락…세계 '검은 화요일' 공포
증시 개장 직전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증시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현(縣)급 행정구에서 경영하는 자산 규모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 이하 농촌 상업은행에 적용하는 지준율을 11.5%에서 8.0%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 모두 2800억위안의 자금이 풀려 민간기업과 영세기업 지원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항셍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9% 급락한 29,209.82에 장을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지수 역시 1.80% 하락했고 이날 휴장한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 선물은 장외시장에서 2% 넘게 떨어지는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휘청거렸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986위안까지 뛰며 3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홍콩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1.3%가량 오른 6.7977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매하고 위안화를 내다 팔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아시아 금융시장을 휘저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6일 개장한 미 뉴욕증시도 하락장으로 시작했다. 다우, 나스닥, S&P500 모두 장 초반 1~2% 가량 급락했다. 이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증시도 2% 안팎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원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2.1%가량 하락하며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브렌트유가 70달러 선 아래로 밀린 것은 한 달 만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2.6% 정도 하락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