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7일 종료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4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야 정쟁으로 관련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 방식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논의를 기다리다가 시기만 늦어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총사퇴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최저임금위가 정상화되더라도 졸속 심의는커녕 자칫 법정 고시일(8월 5일)을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파행에 뒷짐진 정부…내년 최저임금 '비상'
국회 바라보다 한 달 허송세월

정부는 지난 2년간 29.1%나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뒤늦게 인정하고 올 1월 최저임금위를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안을 토대로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3월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3월 29일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심의를 요청하면 90일 내 결론을 도출해 8월 5일 차기연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기존 방식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공산이 커졌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심의 요청 이후 국회의 법 개정만 기다리다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으면 4월 전원회의를 열고 산하 전문위원회(임금수준전문위·생계비전문위)를 가동시킨다. 하지만 올해는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최저임금위가 법 개정과 함께 곧 해산될 처지였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3월 정부 당연직 1명을 제외한 공익위원 8명이 집단 사의를 표한 뒤 지금까지 공익위원을 설득하거나 새 인물을 물색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다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사퇴서는 수리하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국회의 법 개정이 이번에도 무산되면서 고용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새 결정체계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던 고용부는 이달 들어 “사실상 내년 최저임금은 기존 방식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저임금위 정상화돼도 문제

최저임금위는 4월 국회 종료 직후인 8일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심의 일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류장수 위원장은 정부의 제도 개편 방침과 함께 사의를 밝혔고, 이후에도 수차례 사퇴를 공언해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사퇴 의지가 분명한 일부 공익위원만 교체하는 방안도 제시되지만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몇몇 공익위원만 교체한다는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책임을 그들에게 묻는 것과 같다”며 “전원 교체 또는 전원 사표 반려 중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단 사퇴 의사를 밝힌 공익위원들의 진의를 파악해 사퇴서 수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며 “기존 공익위원들이 다시 심의를 맡을지, 새 위원으로 교체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