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메이…선거 참패·前 국방의 반격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가 또다시 사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의석 3분의 1을 잃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기밀누설 혐의로 경질된 개빈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이 메이 총리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나서 당내에서도 반란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일 영국 웨일스 지방을 방문한 메이 총리는 연설 도중 보수당 당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보수당 당원은 메이 총리에게 “왜 사임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24년 내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 메이 총리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보수당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보수당은 2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총 1334석을 잃으며 기존 의석의 약 27%를 상실했다.

메이 총리가 경질한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도 논란이 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한 국가안보회의(NSC) 논의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경질된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의 경질이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메이 총리를 향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한 현지 언론은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메이 총리의 당뇨병을 거론하며 총리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비난한 게 경질의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보수당 내에서는 메이 총리의 구체적인 사임 일자를 못 박아 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언 덩컨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나갈 날을 직접 정하지 않으면 우리가 결정해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