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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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고민을 호소했다.

A씨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A씨는 자신의 직업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 후 3년이 지나자 남편은 "네가 그 돈 안 벌어도 우리 먹고 살 수 있다"며 퇴사를 종용했다.

A씨는 "당신 사업한다고 장사꾼이라고 비하한 적 있느냐"라며 "직접 해 보지도 않고 비하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남편은 "참 대단한 직업 가졌다"며 비아냥거렸다.

남편의 '딜'(?)은 나쁘지 않았다. 임신 후 출산하면 보모를 붙여주고, 해외여행도 보내주겠다고 달콤한 말로 A씨를 구슬렸다.

하지만 A씨가 정말 원하는 것은 '커리어'였기에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A씨는 "남편은 스스로 대단하다고 평가하면서 남을 깎아내리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정 일이 하고 싶으면 본인 회사에 입사하라고 하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회사에 앉히겠다는 건 경력이 필요 없는 자리를 주겠다는 말 아니냐"며 분노했다.

몇 달 뒤 A씨는 남편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퇴사했다"고 말하고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 이를 모르는 남편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전업주부가 되니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평온한 가정이 됐다. 남편은 약속한 대로 카드, 경제권 전부를 A씨에게 줬다.

균열은 정말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냉장고를 뒤지던 남편은 한숨을 쉬면서 "냉장고가 이게 뭐냐"며 "과일 좀 넉넉히 사두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남편은 퇴근만 하면 냉장고를 열어 체크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이거 살 필요 있었어? 난 안 먹는데 왜 이렇게 많이 샀어"라며 구매한 식료품에 대해 일일이 지적했다.

알고 보니 A씨가 카드를 사용하면 남편은 그 내역을 문자로 확인했고 기준보다 높은 금액을 사용했을 때 냉장고를 확인했던 것.

A씨는 종종 지인과 커피를 마시기도 했는데 어느 날 남편은 "밖에서 커피 마시면 귀찮지 않냐"며 커피 머신을 사 오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저금을 깨 용돈을 사용했고, 남편은 "절약하며 잘 산다"고 말했다.

남편은 회사에 일손이 부족했는지 "푹 쉬었냐"며 "일 좀 도와달라. 부부가 같이 사업체 운영하면 얼마나 멋있냐"고 말했다. A씨는 다른 변명을 들면서 거절했다.

하루는 경영, 경제학 서적을 사들고 퇴근했다. 남편은 "이런 쪽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평생 반려자라도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속이 상한 A씨는 "당신은 내가 하는 일과 전공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고 따졌다. 남편은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직업에도 귀천이 있다는 식으로 돌려 말했다.

또 남편은 "넌 먹고 자고 아이 낳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냐"고 질타했다.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쉬라고 했더니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고 비꼬아 말했다.

A씨가 "먹고 자고 아기 낳기 싫으니 일 하겠다"고 하자 남편은 "밖에서 돈 벌어 오는 게 '집에서 카드 긁는 것처럼' 쉬운 건 줄 아냐"고 쏘아 붙였다.

이에 A씨는 "그 어렵다는 일 다음 달부터 일 하겠다"면서 "내 앞길에 걸리적 거리지 말라"며 이를 갈았다.

A씨는 다음 달 복직을 결정했다. 남편은 "회사 그만뒀다더니 나를 속인거냐"라며 따져 물었다.

A씨는 결혼 생활 3년만에 남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기분이다. 그는 "남편은 아내가 아니라 돈 안쓰는 가정부, 돈 안 드는 보모를 원한 것 같다"면서 넋두리 했다.

네티즌들은 "남편은 없어도 직업은 있어야 한다", "남편이 A씨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듯 보인다", "사업은 기복이 심한데 남편이 대책 없는 낙관론자인 듯. 살면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보험이라 생각하고 복직 잘 하라", "돈 안 드는 가정부에 이어 자기 사업체 인건비 아끼려고 저러는 듯", "카드 내역은 구실일 뿐 아내를 무시하고 집안에서 왕 노릇 하고 싶어서 저런 행동을 한 것 같다", "A씨 남편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인간 샌드백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잘난 마누라 밑에 깔고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혼이 답이다", "남편에게만 기댈 시대는 지났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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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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