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조세불복이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툭하면 바뀌는 세법’을 꼽는다. 정권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뜯어고치다 보니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누더기 법’이 됐다는 지적이다.

소득세법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양도소득세 관련 규정이 바뀐 탓에 전문가들조차 손사래를 칠 지경에 이르렀다. 한 세무사는 “업계에서 ‘양포(양도소득세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라며 “주택 수·위치·면적·취득시점·거주현황 등에 따라 세금이 수억원까지 차이 나기 때문에 양도세 관련 상담을 거절하는 세무사가 꽤 많다”고 말했다.

조세특례법은 정치권의 ‘민원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분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하나쯤 감면조항을 끼워넣어도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적다. 조세특례법 등을 통해 올해 정부가 감면해주는 세액은 47조4000억원에 이른다. 세금을 집행해야 하는 국세청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감면 규정 등을 일일이 찾아보고 적용 가능한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국세청 간부는 “대다수 국세청 직원은 세법 조항이 모호하면 일단 적극적으로 해석해 ‘최대한’ 세금을 매긴다”며 “적게 부과하면 ‘왜 봐줬느냐’며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잡한 세법이 무리한 과세를 부르고 조세불복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세법 개정은 1년에 한 번’이란 원칙도 무너진 지 오래다. 정부가 굵직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세법에는 새로운 조항이 덧붙여진다. ‘누더기가 된 세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워낙 방대한 작업인 데다 정비 과정에서 손해를 볼 우려가 있는 세력이 반대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매년 세법 개정 때마다 조금이라도 세법을 쉽게 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기재부 혼자 세법 구조를 뜯어고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