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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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경제가 예상외로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쇼크의 이유로 세계 경제 둔화를 꼽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3.2%(속보치, 전 분기 대비 성장률 연율 환산)였다. 월스트리트의 2.5% 안팎 성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었다. 월스트리트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과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한때 1분기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미 경제가 성장률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자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이날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도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4%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6.3%)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가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美, 시장 예상 뒤엎고 3.2% 성장…경기 확장세 신기록 갈아치운다

“연초 약하게 출발한 미국 경제가 다시 모멘텀을 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미국 경제가 1분기 3.2% 성장(속보치, 전 분기 대비 성장률 연율 환산)한 것으로 발표되자 이같이 평가했다. 작년 말과 올초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던 경기 둔화 우려는 1분기 성장률이 나오자 눈 녹듯 사라졌다. 뉴욕증시도 다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오는 7월이면 2009년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기존 기록인 120개월을 넘어 새로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잘 나가는 G2 vs 뒤로 가는 한국
미 성장률 ‘서프라이즈’

1분기는 통상 계절적으로 성장세가 가장 미약한 분기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 둔화 우려도 컸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에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때문에 1%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3.2%라는 수치가 나왔다. 1분기 기준 3%대 성장은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물론 1분기 성장률의 속을 따져보면 불안하다는 평가도 많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감소했으며 무역은 국내총생산(GDP)에 1.03%포인트 기여했다. 수입 감소는 올초 예고됐던 대(對)중국 관세율 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작년 4분기 미리 수입을 늘렸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셧다운을 끝낸 정부 부문의 지출도 증가했고, 기업 재고도 늘었다. GDP에 0.7%포인트 기여한 재고 증가는 ‘양날의 칼’인 만큼 소비가 따르지 않으면 향후 성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경제의 주축인 소비와 기업 투자는 전 분기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올 1분기 소비증가율은 1.2%로 전 분기(2.5%)보다 낮아졌고 기업투자(비주거 고정투자) 증가율도 2.7%로 전 분기(5.4%) 대비 떨어졌다.

이 같은 부정적 측면에도 미국 경제가 온갖 역풍을 뚫고 3%대 성장한 것에 후한 점수를 주는 전문가가 많다. 마이크 로웬가르트 E트레이드파이낸셜 부대표는 “1분기부터 성장률이 대박”이라며 “GDP 데이터와 기업 실적,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하면 상황이 매우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크리스 럽키 MUFG 수석경제학자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확장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7월에 경기 확장 최장기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 성장 관측에 무게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분기 성장률이 나오자 자신의 트위터에 “예상이나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이라며 환영했다. 또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다는 것”이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덧붙였다.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를 이끈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높지 않다는 게 핵심 이유다.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많은 자본을 갖고 있고 기업 신뢰와 소비자 신뢰도는 꽤 높다”며 “(경기 확장이)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도 1분기 연 6.4%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 둔화 우려도 개선되고 있다.

소비도 3월부터 다시 꿈틀대고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소득과 임금은 상승하고 있으며, 소비자 심리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마크 라네브 포드자동차 미국판매총괄은 이달 초 애널리스트와의 콘퍼런스콜에서 “많은 데이터를 단순화한다면 고용과 소득 성장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에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의 ‘3% 성장 낙관론’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23일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가 3%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했지만 이제 근거가 있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한술 더 떠 “3%대 성장이 3~5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