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업계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부진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외환시장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이슈+]1분기 GDP 역성장 충격 "원달러 환율↑,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인 0.3%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2010년 들어 2017년 4분기(-.0.2%)에 이은 두번째 역성장인 동시에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 성장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분기 GDP는 1.8% 성장하며 2009년 2월 이후 가장 부진했다.

예상보다 부진했던 1분기 수출과 설비투자가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은 전분기 대비 2.6% 감소했고, 작년 4분기 1.5% 감소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수출이 2개 분기 연속으로 1%대 이상의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높은 기저부담과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기계류와 운송장비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전분기 대비 10.8% 감소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1.1%포인트, 0.9%포인트 감소해 분기 성장률을 2%포인트나 감소시켰다.

설비투자 부진으로 수입도 전분기 대비 3.3%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의 감소폭이 커 순수출 분기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였다.

경제활동 별로는 제조업에서의 생산 활동 부진 영향이 컸다. 제조업 부문 실질 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2.4% 감소했고 분기 성장률을 0.7%포인트 하락시켰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이번과 반대로 예상 밖 급등을 기록한 데 따라 기저가 높았던 영향도 있었다. 작년 4분기 정부지출 확대로 1.2%포인트에 달했던 분기 성장의 정부 기여도가 이번에는 -0.7%포인트로 낮아졌다.
[이슈+]1분기 GDP 역성장 충격 "원달러 환율↑,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GDP 부진에 따라 올해 국내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분기 성장률 급락으로 인해 연간 성장률의 하향 조정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각각 2.4%, 2.2%로 내려잡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에도 민간소비와 설비 및 건설투자 등 총고정자본형성의 증가세 둔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IT 부문 업황 둔화로 설비투자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0년 1분기까지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GDP 부진이 이미 18일 수정경제전망의 성장률 전망 경로를 벗어났고 탄력적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태도 변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1분기 GDP 성장률 급락을 감안하면 10월 수정경제전망 이후 11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채 10년 금리는 2.0%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부진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반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클 것으로 관측했다.

김진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전통적으로 후행하는 GDP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며 "주식시장은 경기 및 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금의 조정장세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분기 GDP 부진을 통해 경기부진이 시장 예상보다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됐고 미국 경제 양호 분위기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맞물려 원달러 환율이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26일 오후 1시 4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61원으로 1160원을 돌파했다. 지난 24일 1150.9원으로 2017년 7월 이후 고점을 경신한 뒤 상승세가 잇따르고 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