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호황·업체는 적자 늪…전자상거래 업계 '이상한 성장'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관련 업체들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유통 대기업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온라인쇼핑 분야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티몬은 12일 2018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며 지난해 매출이 49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손실은 1255억원으로 전년대비 7% 늘었다.

위메프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5조4000억원,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4294억원과 39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1년 전(4조2000억원)보다 늘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6.4%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한 11번가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678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는 15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쿠팡도 업계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규모는 7000억~8000억 수준으로 전년도와 비슷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1조7000억원을 넘었지만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25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으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지속한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운영)의 지난해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1% 늘어난 981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1% 줄어든 486억원을 기록해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 업체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801억원,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을 기록해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거래액과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실적에 빨간 불이 커지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대거 온라인 시장으로 몰린 것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 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신설되는 온라인 신설 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 3월 온라인 신설법인 '쓱닷컴'을 선보이고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5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 통합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으며 지난 1일에는 통합 로그인 서비스 '롯데 ON'을 출범시켰다. 앞으로도 계열사별 온라인몰 통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온라인 쇼핑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자체가 전자상거래 트래픽을 크게 늘려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시도라는 평이다. 기존 수익모델 광고보다는 전자상거래의 광고 수익을 강화하는 차원인 것이다.

전자상 거래 시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위메프, 쿠팡, 티몬 등 기존업체는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과 위메프는 최근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해외 유명 업체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콘텐츠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 되겠지만 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곳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며 과도한 출혈 경쟁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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