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 3대 무역 규범 중 하나인 ‘국제물품 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CISG)’에 최근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국제 고립을 탈피하려고 세계 경제 시스템의 기준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제재 완화와 남북한 경제협력 확대를 노린 선제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는 “북한이 CISG의 9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효력은 내년 4월부터 발생한다. 국제무역법위원회는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때문에 국제무역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CISG는 국제거래 물품의 매매계약과 매도인·매수인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한 국제 협약이다. 1980년 제정돼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국가가 가입했다. 한국에선 2005년 발효됐다.

CISG는 남북 경협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분쟁해결 절차의 불확실성을 다소나마 줄여줄 전망이다. 유욱 태평양 변호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 나선지구 등에서 경제 개방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CISG 가입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선 안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