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인권경영포럼’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청중들이 이상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평가소위 위원장(뒷모습)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9 인권경영포럼’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청중들이 이상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평가소위 위원장(뒷모습)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인권경영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강력한 잣대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인권침해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 회사 이익과 부합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인권경영포럼’에 참석한 탄야 카스토르 바스프(BASF) 지속가능경영부장은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회사의 실적과 주가를 위해서라도 인권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인권경영을 도입한 공공기관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인권, 투자·계약 지속 여부 가른다

지난해 매출 627억유로(약 80조2000억원)를 올린 바스프는 독일의 석유화학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지속가능경영전략을 수립해 인권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에 지속가능 이사를 선임하고, 지속가능전략부서에서 인권경영을 전담한다. 또 모든 부서에 인권경영 실무자를 배치해 각 사업 단계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지 판단한다. “인권이라는 비용을 전체 시스템에 분산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카스토르 부장은 “인권침해 사례가 나오면 회사 전체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사회 멤버들과 최고경영자(CEO)가 지속가능경영과 인권 문제를 놓고 주기적으로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최상부 의사결정권자가 인권경영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권의식은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하향식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스프가 이처럼 인권경영을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카스토르 부장은 “우리 회사의 주요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점점 더 인권 및 환경과 관련한 정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인권실사·피해구제 시스템이 계약과 투자를 지속하는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협력사 경영간섭 안 되도록 주의해야”

국내에서는 인권경영을 시범 도입한 한국가스공사와 천안시설관리공단이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에 접수된 1호 인권침해진정은 지난해 말 협력업체에서 나왔다. 공사는 사건을 조사한 뒤 협력사에 개선을 권고하고,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진정인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임종국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은 “협력사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해 권고할 때 자칫 경영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 적정선을 찾아야 했다”며 “이를 위해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를 진정심의위원회에 참가시켜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범도입한 두 기관은 사내에 △인권영향평가 △인권침해 구제 △인권경영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전담 기구를 두고, 외부인을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식 천안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올해 1월 외부인 5명, 내부인 3명으로 이뤄진 인권경영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외부의 시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받아보니 감정노동자의 근무환경, 장애가 있는 고객의 편의, 협력업체 권리 보장 등 여러 방면에서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