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토종 자동차 업체인 지리(吉利)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거침 없는 인수합병(M&A) 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트럭 등을 산하에 둔 독일 다임러의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다임러의 소형차 브랜드인 ‘스마트’ 지분 인수에도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리차가 다임러로부터 스마트 지분 50%를 사들이기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리차는 다음달 말 상하이모터쇼가 열리기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리차는 작년 2월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를 들여 다임러 지분 9.69%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지분 매입액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해외 자동차 기업 지분 매입 규모론 사상 최대였다. 두 회사는 절반씩 출자하는 합작사를 설립해 중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도 준비 중이다.

다임러의 지분 매각은 계속된 판매 부진으로 스마트의 적자가 쌓이자 최대주주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FT는 “다임러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 브랜드 판매를 시작한 뒤로 줄곧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의 연간 판매량은 13만 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버코어ISI는 스마트의 손실 규모가 연간 5억~7억유로(약 6400억~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임러가 돈도 벌지 못하는 스마트를 이대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작년부터 나왔다. 오는 5월 13일 퇴임하는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올라 칼레니우스는 소형차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는 내년까지 스마트를 전기자동차 전용 브랜드로 바꿀 방침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해선 지리차와 손잡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이번 지분 매각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독일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