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접대’ 사건을 조사하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집중 규명하기로 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관계자가 경찰에 외압을 행사했고, 경찰 수뇌부도 수사팀을 교체한 정황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더 커진 만큼 법무부에 신속한 재수사를 건의할 예정이다.

전 정권 민정라인으로 의혹 번져

조사단, 25일 '김학의 사건' 재수사 권고 요청
검찰 관계자는 24일 “조사단이 이번 사건의 1차 수사 책임자인 경찰의 권한 남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도 당연히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018년 3월 검찰 과거사위원회 산하에 실무 조사를 맡기 위해 발족된 대검 진상조사단의 주된 목표는 검찰의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이었다. 하지만 최근 당시 청와대 연루 의혹이 나오면서 조사 범위를 ‘청와대’와 ‘경찰권 남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초 김학의 사건 관련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하려던 경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찾아와 “이번 수사에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곽상도 현 자유한국당 의원, 그 밑에 공직기강비서관은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실무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맡았다. 곽 의원과 조 의원 등은 외압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일 직후 경찰은 김학의 사건 수사팀을 전원 교체했고 당시 수사책임자는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그해 3월 29일 취임한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은 수사팀에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본인도 벌 받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검찰 재수사 요청”

조사단은 25일 열리는 과거사위 정례회의에서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신속한 재수사 권고를 요청할 예정이다. 통상 조사단 활동 종료시점에 수사 권고가 나오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실 규명을 강조했기 때문에 서둘러 수사를 권고하는 것이다. 과거사위가 재수사 권고를 의결하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재수사를 지시하게 된다. 대검은 별도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담당자가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에 불과하고 강제 수사권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우려 때문에 독립 수사기관 성격인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해 뇌물수수나 알선수재 등의 혐의는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알선수재는 공소시효가 7년이고, 뇌물수수는 1억원 이상이면 15년이다. 이성한 당시 청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는 1차 수사종결권이 없는 경찰이 섣불리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 혐의도 적용이 가능하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 사이에 2~3명 이상의 여성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특수강간)를 받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