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실버푸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 아워홈 제공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실버푸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사진= 아워홈 제공
국내에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시니어들을 위한 실버푸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버푸드는 치아가 불편하거나 소화 기능이 약화된 고령층을 위한 음식으로 이유식을 만들던 분유회사, 급식사업을 하는 식자재업체 등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이같은 수요를 잡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급식업체, 요양원·병원 공략

19일 농림축산식품부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1년 5104억원 규모였던 실버푸드 시장은 오는 2020년엔 1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고성장세다.

현재 국내 실버푸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급식업체들이다.

현대그린푸드는 2017년 연화식(軟化食) 전문 브랜드 '그리팅소프트'를 내놨다. 연화식은 잘 씹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식품이다. 부드러운 스테이크, 뼈째로 먹을 수 있는 생선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들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음식의 강도를 기존 연화식 육류 제품보다 10~20% 더 부드럽게 조리해, 씹는 힘이 약하거나 치아가 불편한 고령층도 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최초 시니어푸드 전문 제조 시설인 스마트 푸드센터를 성남시에 구축 중이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토지 매입, 공장 신축 등 총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면적 8264㎡(약 2500평)에 달하는 스마트 푸드센터가 완공되면 연화식 이외에 시니어푸드로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며 최대 100여종의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했다. CJ프레시웨이는 영양 공급을 넘어 면역력 증강과 만성질환 예방 등 치료에 도움을 주는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전문기업 푸드머스는 2015년 시니어 전문 브랜드 '소프트메이드'를 선보였다. 고령자의 치아 저작(음식을 입으로 씹는 것) 능력을 4단계로 분류해 맞춤 제품과 고령자 전용 식이요법 상품 등을 내놨다.

푸드머스는 요양병원이나 병원급식재료로 납품하는 B2B(기업 대 기업 간의 거래) 형태로 시장에 접근해 차별화하고 있다.

아워홈 역시 국내 최초 효소를 활용한 연화식 개발에 성공하면서 실버푸드 시장에 진입했다.

이유식에서 노인식으로 포트폴리오 바꾼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출범하고 시니어 사업에 진출했다. 사코페니아는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뜻하는 말이다. 노년층에서 자주 나타난다.

매일유업은 고령층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이 증상을 딴 이름의 연구소를 만들어 그동안 영유아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성장성이 큰 시니어 사업쪽으로 돌리겠다는 포석이다.

매일유업은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시니어들을 위한 영양과학연구의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코페니아 질환 관련 학술연구 및 국내외 트렌드 리서치 등 전문적인 종합연구조직을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사코페니아를 앓고 있는 고령층을 타겟으로 마시는 비타민과 프로틴 바 제품을 내놨다.

다른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광주 공장에 약 9917㎡(약 3000평) 규모의 양반죽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기존 공정 대비 품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도입했다. 죽 라인에 대한 본격적 투자가 완료되면서 가공죽류의 시니어푸드 제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전북 익산에 생산공장을 완공한 본아이에프는 현재 죽에만 쏠려 있는 매출 구조를 향후 영유아식부터 메디푸드, 시니어식까지 생애주기별 특수영양 식인 맞춤형 건강 유동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