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산업 현장에 적용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올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기업의 경영 부담을 늘리는 대표적인 규제다. 기업들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은 기업이 챙겨야 할 책무”라면서도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새로운 법·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산업 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안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2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발주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한 심의 또는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하청)을 전면 금지한다는 법 조항(제58조)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전문성은 원청회사보다 협력회사가 더 뛰어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설된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권’도 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고용부는 법 통과 이전에도 중대재해가 난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법적 근거가 없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가 크고 작업 중단 뒤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한번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걱정했다.

화평법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유해성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와 안전성 검사 의무를 강화했다. 등록 대상 화학물질 범위가 확대되면서 영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담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고민이다. 국내 한 중소 화학업체 대표는 “직원 수가 10명 수준인 중소기업이 어떻게 유해물질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