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재 진행 중인 구글에 대한 조사의 대상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번들링(묶음 판매)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구글 조사의 방향성을 간접적이나마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조, 구글 조사 대상 '안드로이드OS 묶음판매' 시사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국 경쟁당국이 주목하는 구글의 불공정행위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구글과 관련한 경쟁 저해 사건은 크게 검색 시장과 안드로이드OS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에 마켓 파워를 전이하는 문제가 있다"며 "나머지 하나는 안드로이드OS와 관련한 번들링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안드로이드OS는 누구든지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지만 그와 관련된 서비스 코드는 공개가 안 돼 있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는 안드로이드OS에 기본 탑재돼 번들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국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은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공정위가 진행 중인 구글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는 안드로이드OS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정위의 조사 방향은 유럽연합(EU)의 조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EU는 작년 7월 구글이 안드로이드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EU의 경쟁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43억4천만 유로(5조7천여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EU는 구글이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자에게 구글 검색 앱과 브라우저 앱 크롬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한 점, 제조업자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들에게 그들의 스마트폰에 사전에 독점적으로 구글 검색 앱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EU의 구글 조사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고 다른 쪽 서비스를 계속 연결하면서 다른 경쟁사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행태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구글 조사 대상 '안드로이드OS 묶음판매' 시사
공정위는 작년 4월부터 구글과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 중인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시장은 공정위가 국내 게임업체에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조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은 이보다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하는 '내셔널 챔피언'(국가대표)을 키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네이버에 대한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 조사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 세계 경쟁법 커뮤니티가 갖는 당연한 기준으로 당연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정부가 수소 경제를 산업정책 핵심으로 추진하면서 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라 수소차를 강조하는 현대자동차의 장기 경쟁력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미래에는 수소차나 전기차 중 하나만 살아남기보다는 두 기술이 공존하는 시기가 오래갈 것으로 예측한다"며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부분에 국가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제 카르텔과 관련해 한국의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면제) 제도가 고립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중요 국제 카르텔 사건 리니언시가 미국이나 EU 경쟁당국으로 가면서 한국에는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 한국 공정위 판단을 결코 무시하지 못하기에 우리가 좀 더 예측가능한 법을 만든다면 한국에도 리니언시가 더 빨리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