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놓고 고성 오간 서울대 총동창회 현장…"명문대 총동창회는 '킹메이커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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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총동창회 정기총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 올해 정기총회를 앞두고 ‘편파 소집’ 논란으로 서울대 총동창회와 서울대 총동창회 정상화를 위한 동문 모임(이하 서정모)의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1000명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웠던 예년과 달리 이날 정기총회는 시작 전부터 회의장을 찾은 노신사들로 북적였다. 서울대 총동창회에 따르면 1800여명의 동문이 참석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총회는 동문들의 고성 속에 진행됐다. 신수정 서울대 총동창회장이 지난 13일 “일부 동문들과 오해를 풀고 정기총회 개최에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지만 내부 갈등은 여전했다. 서정모 등은 ‘총동창회 정상화’라는 문구가 적힌 띠를 두르고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일부 동문들은 논의 과정에서 “신 회장은 사퇴하라” “결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결국 정기총회는 유일한 안건인 ‘2018년도 결산안’을 임시총회로 미루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정기총회를 방문한 한 동문은 “지난해 1월 열린 총동창회 신년회에서 일부 동문들이 단상에 올라가 항의하는 등 소동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신 회장의 담화문을 보면 1년간 이어진 갈등이 일단 봉합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기총회”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1년 동안 법적 공방에 무분별한 비방까지 나오는 걸 보면 총동창회장이 그만큼 대단한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총동창회장이 뭐기에…”
기본적으로 총동창회장의 역할은 동문들의 결속을 다지고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총동창회장은 기부금을 모으고 다양한 학내외 행사에 동문들을 대표해 참석해야 한다. 총동창회장이 전체 동문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도 총동창회장의 중요한 업무다. 기부금과 별도 운영 수익을 통해 최대한 많은 금액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게 총동창회의 주요 과제다. 서울대 총동창회의 경우 2015년 31억원, 2016년 35억원, 2017년 37억원, 2018년 39억원 등 매년 30억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총동창회장으로 선출되면 거액의 기부를 하는 일종의 불문율도 있다. 연세대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아트홀 연세’ 건립을 위해 100억원을 기부했다. 윤용택 성균관대 총동창회장은 지난해 6월 ‘윤용택 장학기금’으로 10억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김영찬 홍익대 총동창회장도 2014년 10억원을 기부했다.
총동창회장은 전 세계에 자리 잡은 해외 지부 동창회를 관리하는 일도 담당한다. 매년 총동창회장들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국 지부를 격려 방문하는 일정을 빼놓지 않고 있다.
◆ 동문 네트워크의 구심점
이처럼 모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총동창회장이지만 서울대 사태처럼 ‘과열’ 양상이 보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총동창회장이라는 명예뿐만 아니라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의 중심에 설 수 있어서다.
특히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의 명사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SKY’ 대학의 총동창회장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고려대 경영 61학번)의 ‘킹메이커’로 알려진 천신일 전 고려대 교우회장 시기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교우회장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로 고려대 교우회장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천 전 교우회장은 2007년 제28~29대 교우회장으로 취임한 뒤 교우회 인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전방위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과 천 전 교우회장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1964년 박정희 정권 시절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끈끈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교우회 관계자는 “2007년 열린 고려대 교우회 100주년 기념행사에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1500명가량이 모였는데 천 전 교우회장에게 인사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명함 교환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중견기업 임원과 대표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연세대 총동문회는 전통적으로 상경·경영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26~29대 박삼구 현 연세대 총동문회장(경제 63학번)을 비롯해 제24~25대 이병무 전 회장(경영 59학번), 제20~21대 김우중 전 회장(경제 56학번), 제12~19대 방우영 전 회장(상과 46학번)까지 모두 상경·경영계열 출신 동문회장이다. 2015년 열린 상경·경영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 정·관·학계 주요 인사가 모여 ‘연세대 상대 전성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0년 이상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하는 인물들도 있다. 2008년 선출된 박삼구 연세대 총동문회장은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임광수 전 서울대 총동창회장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했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당시 장학빌딩 건립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한 사람이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10년 이상 임기가 지속되면서 학교 측에서도 다음 후보자에게 넘겨야하지 않겠냐는 뜻을 조심스럽게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현주/박진우/조아란 기자 blacksea@hankyung.com
정기총회는 동문들의 고성 속에 진행됐다. 신수정 서울대 총동창회장이 지난 13일 “일부 동문들과 오해를 풀고 정기총회 개최에 협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지만 내부 갈등은 여전했다. 서정모 등은 ‘총동창회 정상화’라는 문구가 적힌 띠를 두르고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일부 동문들은 논의 과정에서 “신 회장은 사퇴하라” “결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결국 정기총회는 유일한 안건인 ‘2018년도 결산안’을 임시총회로 미루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정기총회를 방문한 한 동문은 “지난해 1월 열린 총동창회 신년회에서 일부 동문들이 단상에 올라가 항의하는 등 소동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신 회장의 담화문을 보면 1년간 이어진 갈등이 일단 봉합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기총회”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1년 동안 법적 공방에 무분별한 비방까지 나오는 걸 보면 총동창회장이 그만큼 대단한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총동창회장이 뭐기에…”
기본적으로 총동창회장의 역할은 동문들의 결속을 다지고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총동창회장은 기부금을 모으고 다양한 학내외 행사에 동문들을 대표해 참석해야 한다. 총동창회장이 전체 동문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도 총동창회장의 중요한 업무다. 기부금과 별도 운영 수익을 통해 최대한 많은 금액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게 총동창회의 주요 과제다. 서울대 총동창회의 경우 2015년 31억원, 2016년 35억원, 2017년 37억원, 2018년 39억원 등 매년 30억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총동창회장으로 선출되면 거액의 기부를 하는 일종의 불문율도 있다. 연세대 총동문회장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아트홀 연세’ 건립을 위해 100억원을 기부했다. 윤용택 성균관대 총동창회장은 지난해 6월 ‘윤용택 장학기금’으로 10억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김영찬 홍익대 총동창회장도 2014년 10억원을 기부했다.
총동창회장은 전 세계에 자리 잡은 해외 지부 동창회를 관리하는 일도 담당한다. 매년 총동창회장들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국 지부를 격려 방문하는 일정을 빼놓지 않고 있다.
◆ 동문 네트워크의 구심점
이처럼 모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총동창회장이지만 서울대 사태처럼 ‘과열’ 양상이 보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총동창회장이라는 명예뿐만 아니라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의 중심에 설 수 있어서다.
특히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의 명사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SKY’ 대학의 총동창회장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고려대 경영 61학번)의 ‘킹메이커’로 알려진 천신일 전 고려대 교우회장 시기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교우회장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로 고려대 교우회장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의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천 전 교우회장은 2007년 제28~29대 교우회장으로 취임한 뒤 교우회 인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전방위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통령과 천 전 교우회장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1964년 박정희 정권 시절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끈끈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교우회 관계자는 “2007년 열린 고려대 교우회 100주년 기념행사에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1500명가량이 모였는데 천 전 교우회장에게 인사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명함 교환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중견기업 임원과 대표도 많았다”고 귀띔했다.
연세대 총동문회는 전통적으로 상경·경영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26~29대 박삼구 현 연세대 총동문회장(경제 63학번)을 비롯해 제24~25대 이병무 전 회장(경영 59학번), 제20~21대 김우중 전 회장(경제 56학번), 제12~19대 방우영 전 회장(상과 46학번)까지 모두 상경·경영계열 출신 동문회장이다. 2015년 열린 상경·경영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등 정·관·학계 주요 인사가 모여 ‘연세대 상대 전성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0년 이상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하는 인물들도 있다. 2008년 선출된 박삼구 연세대 총동문회장은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임광수 전 서울대 총동창회장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했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당시 장학빌딩 건립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한 사람이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러나 10년 이상 임기가 지속되면서 학교 측에서도 다음 후보자에게 넘겨야하지 않겠냐는 뜻을 조심스럽게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현주/박진우/조아란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