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적자국 전락하는 중국, '1997년 한국'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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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수지 적자가 쌓인다면 중국 경제는 자본 시장을 개방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야하고, 자칫하면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993년 이후 25여년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국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0.3% 가량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국 경제는 내수 소비 위주로 전환되고 있으며,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저축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흑자는 꾸준히 감소해왔습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게 지난해 시작된 ‘트럼프’ 미국과의 무역전쟁입니다.
임금 상승 등으로 대외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관세가 무차별적으로 부과되자,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인 미국에 수출하려는 업체들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제 중국에서 생산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구조적으로 중국의 수출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과 무역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은 다시 무역흑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합의를 이뤄도 ‘관세’라는 무기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 상원 청문회에서 "현재의 관세가 어떻게 되든지 협정 위반이 있으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과거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환율조작 문제를 포함합니다. 경상수지 적자를 내면 위안화는 내려갈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은 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했다며 언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각국 기업인 입장에서 미국이 언제든 관세를 다시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고착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2030년에는 GDP의 1.6%, 약 4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큽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적자국 전락하는 중국, '1997년 한국'되나](https://img.hankyung.com/photo/cts/201903/8249152d45f057b91a8c20878214ded4.jpg)
그동안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척만 했지, 실제로 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세계 자본시장에 편입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달러화(미국)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에 달합니다. 실제로는 더 높다는 말도 많습니다.
기업과 은행권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자본 시장을 개방한다면 그건 항시 외환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바로 우리나라가 1997년에 그런 상황을 똑같이 경험했지요.
중국 경제의 크기를 감안하면 경상수지 적자는 중기적으로 견딜 수 있는 규모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큰 위기가 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본 시장을 개방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야 적자를 메우고 계속해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건 명확합니다.
모건스탠리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이 매년 2100억달러 수준의 해외 자본을 유치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만한 자본을 유치하려면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하고 해외 자본도 중국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겁니다.
중국이 막대한 부채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없을 것으로 보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본 시장을 통제하고 있는데다, 부채도 위안화로 조달된 게 많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를 거치면서 중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는 급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본 시장을 개방해야합니다.
이는 미국의 투자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고 자본 시장이 개방되면 싼 가격에 중국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으니까요.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이머징마켓 헤드는 "중국의 경상수지 적자 및 자본시장 개방은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외환위기 때 칼라일,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등 미국 자본들에 은행과 기업들을 넘겨야했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