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일하는 한국계 증권사 법인장을 만났습니다. 한국 주식에 대한 미국 투자자 관심이 줄어, 법인 운영이 어려워질 정도라는 게 핵심적 메시지입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권시장에 대한 생각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말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한국 주식에 대한 주문이 최근 많이 줄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예전에는 한 번에 1000억원 이상 주문도 가끔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다.

①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조정을 앞두고 액티브 펀드들까지 몸을 사리고 있다.

=MSCI의 EM 지수에서 중국 A주에 대한 편입 비중이 5월, 8월, 11월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5·8월)와 아르헨티나(5월)의 EM지수 신규 편입도 예정돼 있다.

그럼 한국 시장에서 패시브 펀드들이 투자 비중을 낮출 것이다. 그럼 주가가 좋을 수 없다. 액티브 펀드들까지 지금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이머징 전체, 그리고 한국 주식에 대한 수요가 괜찮았지만 지금은 일부 라지캡 종목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다.

②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갑자기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는 등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들 시장에서 유동성이 유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③이머징마켓 중에서는 중국, 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미는 브라질, 멕시코에서 신임 대통령들이 경제적 성과를 이뤄낼 것이란 기대가 있다. 또 남미는 미국 경제와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경우 계속 괜찮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중국 증시가 좋으면 아시아 다른 이머징 시장 자금을 빼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그렇다.

④미북 정상회담 결렬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은 뉴욕 증시는 아니라도, 한국 증시에는 큰 호재가 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선 그런 가능성이 사라졌다.

▶엘리엇의 현대자동차 공격에 대해선 그다지 동조하지 않는다.

현대차에 대해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다들 시큰둥하다. 배당을 하면 결국 배당세로 절반 가량을 내야한다. 차라리 자사주매입하는 게 낫지, 배당 확대는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또 배당을 그렇게 높이면 회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도 본다.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원래 별 관심들이 없었다.그건 ISS 등 의결권 대리 기관들이 추천하는 대로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펀드 매니저들 입장에선 ISS 의견과 달리 투표할 때는 그 이유를 다로 리포트해야한다. 하지만 그대로 따르면 ISS 의견을 따랐다고 설명하면 된다.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간단하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최근 한국 등 아시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패시브 펀드들은 특히 그렇다. 개별 주식을 연구해서 투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 이슈는 전문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ISS 등을 뻔질나게 찾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냥 도움만 받을 뿐 무시한다. 삼성전자 등에 유리하게 추천할 경우 자신들의 고객을 잃게된다.

▶삼성전자가 박재완 사외 이사의 재선임을 추천한 데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

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냈다. MB 정부를 청산하려는 현 정부에서 왜 MB 정권때 핵심 인물을 다시 추천했는지 묻는 투자자들이 있다.

올해 삼성전자 주주총회일은 오는 20일이다.

▶한국계 증권사들 어려워졌다.

한국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 수수료 수입이 과거 좋을 때는 한 해 1000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지금은 한 해 200~300억원 하면 잘하는 수준이다.

주식만 놓고 보면 한국계 증권사들의 뉴욕 지점들은 거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