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100만 총파업’이라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를 점거했지만, 모인 근로자는 3200여 명에 그쳤다. 파업에 동참한 사업장이 30여 개, 집회 참석자가 조합원의 0.3% 에 불과해 ‘뻥 파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위원장이 전국을 돌며 동참을 호소했지만 간부 아닌 일반 조합원의 참여는 극히 저조했다. 주력부대인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형 노조의 줄이은 불참은 파업 명분의 취약함과 지도부의 독선을 잘 보여준다. 어렵지 않은 산업이 없을 정도로 엄중한 경제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생산라인마저 멈추려는 시도는 다수 근로자의 소중한 일터와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봐야 할 것이다. 탄력근로 확대·주휴수당 폐지 반대 등의 파업구호는 민노총이 기득권 사수에 골몰하는 반(反)개혁 집단이라는 심증을 확산시키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노동법이 개악되고 파업권이 무력화됐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노동법이 ‘친노조’로 치닫고 있고 ‘파업 시간표’를 제시할 만큼 파업이 자유로운 상황과 정반대되는 인식에 당혹스러울 뿐이다. 정부와 국회의 ‘친재벌 반노동 정책’과 ‘재벌 청부입법’이 고용참사를 불렀다며 해결을 촉구했지만 ‘경영권 탈취’ 우려가 나올 정도로 대기업 압박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적반하장 격이다. 더구나 고용참사의 책임을 따지자면 민노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저임금 과속인상을 고집해 해고사태를 부르고, 무리한 정규직화로 청년실업을 악화시킨 주역이 자신들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분노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데도 왜 조합원들이 호응하지 않는지, 여론은 왜 이리 싸늘한지 민노총 지도부는 돌아봐야 한다. 신입사원 채용 때 조합원의 자녀·친인척·지인을 우선 선발하고 ‘대한민국 청년’은 마지막 4순위로 뽑을 것을 회사에 종용했던 민노총 사업장의 행태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폭력적 방식으로 비노조원들을 따돌리고 차별하는 무모함과 오만은 더 큰 고립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