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변호사 외엔 접견 불가…최시중 '헛걸음'
이명박 전 대통령 복귀 후 자택앞 '한산'…가족들 방문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 결정을 받고 귀가한 논현동 자택 앞은 시위대나 지지자 결집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돌발 상황을 대비해 병력 180여명을 자택 인근에 배치했으나 취재진 30여명과 지지자 2∼3명만이 자리한 상황에 이 전 대통령의 귀가 직후 병력을 철수했다.

이 전 대통령 지지자 김흥근(75) 씨는 "대통령 석방 소식을 듣고 지지자로서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해 싸울 수 있는 상태인지 보러 왔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러한 일을 겪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법원은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등의 조건을 전제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이러한 조처에 따라 이날 오후 5시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논현동을 찾았다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자택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을)못 만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뉴스를 보고 한 번 와 봤다"면서 "만난다면 할 얘기가 아주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원래 당뇨를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서 늘 걱정했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등법원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5시 33분께 이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보석조건을 재고지하고 관련 내용 준수에 관한 각종 서류를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8분께 검은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와 4시 10분께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했다.

구치소 수감 349일 만에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을 듣기 위해 취재진이 몰렸으나 이 전 대통령은 전혀 접촉 없이 차를 타고 곧바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끝내기 어렵고, 구속 만기로 풀려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주거나 접촉 대상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하면서 근거로 든 건강상의 문제 등은 인정되지 않았고, 병원을 주거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병원 진료를 받을 때마다 보석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귀가 후 자택에는 보석조건 재고지를 위해 방문한 서울고법 관계자들의 승용차를 제외하고 차량 두 대가 드나들었다.

오후 4시 43분께 자택 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8시 11분께 나온 은색 밴에는 여성 한 명과 남자아이 두 명이 타고 있었다.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운전석에 앉은 여성은 이 전 대통령의 딸로 파악됐다.

오후 7시 11분께 들어가 34분께 나온 검은색 승용차의 경우 탑승자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호처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탄 차"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자택에 출입하는 차량 탑승자의 신분을 파악하는 절차는 차고 문밖에서는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차고 내부에서 차량 탑승자의 신원을 확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후 9시께에는 시민 5명이 자택 앞을 찾아 "희대의 사기꾼이 어떻게 보석으로 나오냐"며 "다시 감방으로 돌아가라"고 이 전 대통령 석방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 전 대통령의 자택 방향으로 소리를 지르자 경찰은 주민 불편을 이유로 제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복귀 후 자택앞 '한산'…가족들 방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