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시아 시장 일변도서 탈피
영역 넓히는 K뮤지컬…영미권·지방·연예계에 도전장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들이 업계 '판 키우기'에 동시다발로 나선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무대를 주로 공략하던 흐름과 달리 브로드웨이와 같은 핵심 영미권 시장 문을 직접 두드리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방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전용 극장 설립, 연예계와의 협업 등도 이전에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시도다.

5일 뮤지컬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해외 인기 공연을 국내로 들여오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브로드웨이 제작자로 변신 중이다.

최근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역 넓히는 K뮤지컬…영미권·지방·연예계에 도전장
CJ ENM은 오는 6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하는 '물랑루즈'에도 약 100만달러(한화 약 11억2천만원)를 투자함으로써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CJ ENM은 '물랑루즈' 한국 단독 공연권을 선점할 뿐 아니라 미국 투어, 영국 런던, 호주, 캐나다 등 주요 프로덕션 공연 시 공동제작 권리도 보유하게 된다.

6년간 브로드웨이 장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 달 폐막하는 '킹키부츠' 공동제작 경험이 '물랑루즈' 제작으로 이어졌다.

박민선 CJ ENM 공연사업본부장은 "'물랑루즈' 리드 퓨로듀서(작품 개발과 제작 등 전반을 이끄는 제작자)가 전 세계 단 3곳에 공동 제작자를 제안했는데, 그중 하나가 CJ ENM"이라며 "글로벌 제작 핵심체인에서 승부를 걸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CJ ENM은 '킹키부츠'와 '물랑루즈' 이외에도 자체 제작 중인 '어거스트 러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동제작 중인 '백투더퓨처'까지 세계를 겨냥한 라인업을 이어간다.

내수 시장 영역을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넓히려는 시도도 나타난다.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문화복합몰 국제금융센터 부산(IFC 부산)에는 1천700석 규모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다음 달 개관한다.

1천727석 규모 뮤지컬 전용 극장은 지역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뮤지컬 전용 극장 중 1천500석 이상 대형극장은 서울에서도 블루스퀘어 등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서울 및 수도권에 편중된 뮤지컬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지방 시장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는 "새로운 뮤지컬 시장 개발이라는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 주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공연장의 규모와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국과 필리핀, 홍콩 등으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 일정에 부산이 포함될 수 있다"며 "덩치가 큰 해외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컴퍼니는 뮤지컬과 케이팝을 결합한 '팝시컬(POPSICAL)'이란 프로젝트로 영역 확장을 꿈꾼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닥터 지바고' 등을 성공시킨 신춘수 대표와 비스트, 포미닛, 비투비 등 아이돌을 탄생시킨 노현태 프로듀서가 함께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무대와 방송 등을 넘나드는 멀티 엔터테이너를 배출해내겠다는 이들의 목표다.
영역 넓히는 K뮤지컬…영미권·지방·연예계에 도전장
뮤지컬 '그리스'의 두 주인공 '샌디'와 '대니'를 주축으로 각각 여자 유닛 '핑크레이디'와 남자 유닛 '티버드'를 구성했다.

신 대표는 "뮤지컬이 많이 대중화했다고 말하지만 '팝시컬' 프로젝트로 극장 문턱을 더 낮추고자 한다"며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다양한 재능으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외 공연을 사 와서 한국에서 막을 올리거나, 일본·중국에서 단발성 공연을 올리는 식의 '외연 확장'과는 다른 단계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공연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시장 확장을 위해 중국·일본 무대로의 진출만을 바라보던 시기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지혜원 경희대 교수도 "뮤지컬이 워낙 다양한 배우와 창작진, 장르가 뭉친 장르다 보니 다양한 도전이 나온다"며 "다른 장르에서 보지 못한 의미 있는 시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