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도 졌다. 조(兆) 단위의 ‘통상임금 쓰나미’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22일 기아차 노동조합 소속 2만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이번에도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난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부채비율, 유동비율), 보유 현금 및 금융상품, 기업의 계속성 등에 비춰볼 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식비와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면서 기아차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원금이 1심의 3126억여원보다 1억원 줄었다. 하지만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총 지급액은 1심의 4223억여원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계는 “경영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로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각급 법원에 계류돼 있는 100여 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패소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신연수/도병욱 기자 sys@hankyung.com